EU 은행 12곳, 유로 스테이블코인 상장 협의
유럽 주요 은행 12곳이 공동 개발 중인 유로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출시 전부터 거래소 상장과 유동성 확보 작업에 착수했다.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맞서는 ‘유럽형 대안’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스페인 경제지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기반 컨소시엄 ‘Qivalis’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유럽 및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마켓메이커, 유동성 공급자들과 고도화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목표는 상장 첫날부터 충분한 거래 깊이와 가격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유럽 은행 컨소시엄, 달러 의존 탈피 시도
Qivalis에는 BBVA, ING, UniCredit, BNP Paribas, CaixaBank 등 EU 내 대형 은행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은 유로화에 1:1로 연동되며, EU의 암호자산 규제 체계인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MiCA)을 준수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Qivalis 최고경영자 얀 셀은 “출시 첫날부터 규제된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대부분은 달러 기반 토큰이 차지하고 있다. 유로화 기반 토큰은 시장 점유율이 낮아 기업 간 결제나 블록체인 정산에서 달러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준비 단계부터 ‘유동성 설계’
컨소시엄은 단순 발행을 넘어 상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스페인 가상자산 거래소 Bit2Me는 참여 은행 중 한 곳과 협의를 진행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대부분의 거래소는 구체적 논평을 자제했다.
이는 최근 유럽 규제 환경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조건이 ‘인가’뿐 아니라 ‘시장 접근성’과 ‘거래 깊이’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가격 괴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기관 투자자의 참여를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준비금 구조: 예금 40% 이상, 국채 분산 보유
보도에 따르면 Qivalis 스테이블코인은 준비금의 최소 40%를 은행 예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는 고신용 단기 유로존 국채에 배분한다. 준비금은 복수의 고등급 신용기관에 분산 보관된다.
또한 토큰 보유자는 24시간 상환(리뎀션)을 요청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MiCA 체계에서 요구하는 투자자 보호 및 지급 능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장치다.
MiCA는 준비금 투명성, 발행사 인가, 자본 요건, 소비자 보호 규정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Qivalis는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인가를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략적 자율성과 결제 인프라 경쟁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민간 금융 실험을 넘어 EU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와도 맞닿아 있다. 유로화 기반 디지털 결제 수단을 확보함으로써 블록체인 기반 기업 간 실시간 결제, 국경 간 송금, 토큰화 자산 정산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산이다.
EU 정책 입안자들은 디지털 결제 인프라에서 외부 통화에 대한 의존이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에 구조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시장 영향과 관전 포인트
이번 스테이블코인 출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 기관 참여 확대: 대형 은행 참여로 신뢰도 상승
- 유로 기반 디파이 성장 가능성: 유로 표시 대출·파생상품 확대 기대
- 거래소 경쟁: 규제 적합 유로 마켓 확보 경쟁 가속
- 달러 스테이블코인 견제: 유럽 내 점유율 일부 이동 가능성
다만 실제 채택 여부는 유동성 규모, 거래 수수료 구조, 기업 고객 확보 속도에 달려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글로벌 결제와 디파이 생태계에서 깊이 뿌리내린 만큼 단기간에 판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 은행권이 암호자산을 주변부가 아닌 핵심 결제 인프라의 일부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